본문 바로가기
리뷰

오디오북 리뷰 : 이처럼 사소한 것들

by 부엉집사 2024. 10. 8.

밀리의서재에서 배우 정우의 오디오북을 듣게 되었다. 오디오북은 처음 시도해 보았는데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아 자기 전에 누워서 청취를 했다.
좋아하는 배우 정우의 차분한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밤의 자장가처럼 편안했다. 피곤해지면 그대로 잠들 수 있게 자동 종료 예약을 한시간 설정하고 책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처음, 중간 몇 번은 생각의 흐름이 산만해져 한 두 문장을 놓쳤지만 곧 다시 집중해서 들었다. 그만큼 전개되는 스토리가 호기심을 유지하도록 흥미롭게 흘러갔다. 끊어지는 하나의 챕터가 집중하기에 적당한 분량이었는데 약간 피곤이 몰려왔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져 오디오북을 들은지 한시간이 훌쩍 넘어서도 이어서 듣게 되었다. 

오디오북의 장점은 목소리 연기를 통해 등장 인물의 감정 전달이 직접적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다. 내 상상 속에서는 좀 더 무뚝뚝하거나 다정한 목소리를 상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큰 장점은 눈을 감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새벽 4시까지 책 한 권을 귀로 들었다. 다행히 길지 않은 분량이어서 동이 트기 전에는 잠들 수 있었지만. 

재미가 없다면 집중력이 떨어질테고 재미있으면 잠을 더 못잘테니 자기 전에 오디오북이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나에게 맞는 적당한 주제의 오디오북이 있을 것 같다. 


클레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가볍게 읽었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소개해 본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1980년대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짧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주인공은 빌 퍼럴이라는 석탄과 장작을 배달하는 상인으로, 가족과 함께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 그는 마을에서 낡고 고립된 수녀원이 운영하는 세탁소에 연료를 배달하게 되면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빌은 그곳에서 여자 아이가 비참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그 순간 그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이 문제를 눈감고 있으며, 빌도 자신의 평온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결국 그는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할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처럼 침묵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짧은 분량 안에 인간의 도덕적 선택과 용기, 그리고 사회적 침묵의 위험성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퍼럴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모든 면에서 정직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도덕적인 기준이 남들보다 높을 거라 생각한다. 과거의 성장 과정과 엄마의 기억들이 수녀원의 고통받는 여자 아이를 모른척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겠지만 단지 사람은 타고난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게 아닐까 한다. 가족과 삶에 대한 안정보다 아이에 대한 연민과 도움을 택하는 퍼럴은 그런 사람이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선한 양심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테니 나의 아주 작고 숨어있는 마음 한 켠의 양심을 따뜻하고 슬픈 책한권을 통해서도 필요한 순간에 꺼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